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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지식이 필요하다/# Storytelling #

[1부] 포르노와 예술의 경계: 현대 영화에서 ‘섹스’는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

by MucKOO & Mallaeng 2026.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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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화에서 성적 장면이 나오면, 관객 반응이 딱 두 갈래로 갈라지지. “이건 작품이다” 쪽이랑 “이건 그냥 자극이다” 쪽. 근데 여기서 형이 딱 잘라 말해줄게. 경계는 생각보다 감정이 아니라 구조에서 갈린다. 결국 승부는 **서사적 필연성**이야. 그 장면이 “있어서 센 장면”이냐, “없으면 이야기가 무너지는 장면”이냐. 이 차이가 크다.

포르노그래피는 기본적으로 성적 행위를  구경거리(Spectacle)로 만든다. 당연히 그 자체가 목적이니까, 사건이든 캐릭터든 그 장면을 ‘정당화’하는 최소한의 연결만 있거나, 아예 연결이 느슨해도 큰 문제가 없다. 솔직히 말해, 그 장면을 빼도 이야기 자체는 별 타격이 없는 경우가 많다. 왜냐면 이야기의 심장이 그 장면이니까. 이야기가 장면을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장면을 위해 이야기가 붙어 있는 구조가 되는 거지.

반대로 서사 영화에서 성적 표현이 예술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지점은, 그 장면이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극 내부의 기능(다이제틱, Diegetic 역할)을 수행할 때다. 쉽게 말하면, 그 장면이 캐릭터를 드러내고, 주제를 밀어붙이고, 플롯의 방향을 꺾거나 확정짓는 “사건”으로 작동하는 경우다. 이때 성적 장면은 몸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몸으로 이야기를 한다. 말로는 숨기던 진심이 행동으로 새어 나오는 순간이기도 하고, 관계의 권력 구조가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순간이기도 하거든.

여기서 중요한 기준 하나만 잡자. 그 장면을 삭제했을 때 영화가 약해지는가, 아니면 거의 그대로 굴러가는가. 전자면 서사적 장치일 가능성이 높고, 후자면 ‘볼거리’로 기능할 확률이 높다. 물론 현실은 더 복잡해. 서사 영화도 얼마든지 관객을 유혹하려고 성적 표현을 남용할 수 있고, 포르노도 형식적으로 서사를 붙일 수 있다. 그래서 “예술이냐 아니냐”를 도덕 시험처럼 재단하면 답이 안 나온다. 대신 “서사가 그 장면을 필요로 했는가”를 보면, 꽤 많은 게 정리된다.


사례로 보면 더 선명해진다. 바벳 슈뢰더의 <마이트레스(Maîtresse)> 같은 작품에서 성적 행위는 단순히 자극을 위한 장면이 아니라, 관계 안에서 오가는 신뢰와 배신, 그리고 그 밑바닥에 깔린 심리적 권력 게임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로 읽힌다. 관객이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 자체가 서사의 압력으로 작동하는 거야. “이 관계는 정상인가” 같은 질문을 던지게 만들고, 그 질문이 영화 전체의 긴장을 계속 밀어준다.

또 <베즈 무아(Baise-moi)> 같은 경우는 논쟁 자체가 작품의 일부처럼 붙어 다닌다. 이 영화가 문제적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지. 다만 그 논쟁의 핵심은 “얼마나 노골적이냐”만이 아니라, 그 표현이 남성 중심적 시선, 이른바 Male Gaze에 기대는지, 아니면 그 시선을 깨거나 비틀면서 여성의 욕망과 분노, 소외를 서사적으로 폭발시키는지에 있다. 여기서는 성적 표현이 관객을 편하게 해주려고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관객을 불편하게 세워두고 윤리적 불안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이야기”로 작동한다

.

그리고 어떤 영화들은 성과 죽음, 사랑과 파괴 같은 극단의 감정을 붙여서 인간의 생존 본능, 관계의 본성 같은 걸 건드리기도 한다. 이때 성적 장면은 ‘선정성’이 아니라, 인간이 가진 가장 원초적인 충동을 통해 인물의 결핍과 선택을 드러내는 방식이 된다. 관객이 그 장면을 보고 ‘흥분’보다 ‘이해’나 ‘충격’을 먼저 느낀다면, 이미 서사의 문법 안으로 들어온 거지.

결국 결론은 이거야. 현대 영화에서 섹스는 단순한 육체의 묘사가 아니라, 몸의 언어로 쓰인 서사가 될 수 있다. 다만 조건이 있다. 감독이 그 장면을 “멋있게 보여주기”가 아니라 “이야기를 밀어붙이기” 위해 정확히 배치했을 때, 그리고 그 장면이 캐릭터와 주제와 플롯에 진짜로 연결될 때다. 반대로 연결이 빈약하면, 아무리 예술 영화라고 포장해도 관객은 금방 알아챈다. 그때부터는 작품이 아니라 ‘장면 쇼핑’이 되거든.

성적 장면이 예술이 되는 순간은 “노골적이어서”가 아니라, 없으면 이야기가 무너질 만큼 서사에 필연적으로 박혀 있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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