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지암.
서울에서 차 몰고 한 시간.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그 거리에서, 먹구와 말랭이는 국밥 한 그릇에 사람을 담은 집을 만났다.
이름하여, 최미자 소머리국밥.!
처음엔 그냥 대형 국밥집이겠지 싶었어. 근데 그 집 앞에 줄 선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달라. 기다림은 배고픔보다 믿음을 말하거든. 그 믿음의 국밥,
‘머리’에서 시작된 따뜻한 밥상 소머리국밥. 이름부터 묵직하지?
조선시대. 소 한 마리를 잡으면, 귀한 고기는 양반이나 부잣집으로 갔고, 남은 부위는 마을 사람들이 나눴어.
그중에서도 ‘머릿고기’는 손질이 까다롭고, 기름지고, 오랜 시간 푹 고아야 했지. 그래서 생긴 게 이 국밥이야.
머릿살, 뽈살, 혓바닥, 사골까지 몽땅 넣고 밤새 불에 올려 국물을 낸 거지.
그 국밥은 가난했지만 따뜻했고, 싸지만 정성이었고, 무겁지만 품이었어.
알고 있었어? 소머리국밥의 기원이 경기도 광주였다는 사실을.
경기도 광주, 특히 곤지암은 옛날부터 장터가 열리던 교통의 요충지였어. 이 길을 따라 서울로 과거 보러 가던 선비들이, 허기를 달래며 말뚝에 말 매놓고 먹던 게 바로 이 국밥. "서울 가기 전에 곤지암에서 속부터 데우고 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지.
세월이 흘러도, 그 국밥은 사라지지 않았어. 왜냐고? 진짜는 시간이 지나도 남거든.
1981년. 최미자 할머니는 곤지암 장터 앞에 작은 포장마차를 열었어. 솥 하나, 불 하나, 머릿고기 몇 점. 그렇게 시작된 국밥 장사는, 지금의 곤지암 대표 맛집이 됐어.
지금도 그 집은 여전히 하나만 팔아. 소머리국밥. 온니 원~
왜 하나만 파냐고?
“국물은 정성이야. 하나도 힘든 걸 둘 셋 어떻게 하냐” 할머니의 철학이지. 그 말, 형은 술 마시며 한두 번 들은 게 아니야.
지금은 딸과 손녀가 가업을 잇고 있어. 하지만 국물은 똑같아.
왜냐고? 솥은 바뀌어도 시간은 맛을 기억하거든. 정말 맛있다.. 웨이팅 걸려도 후회 안 해.
요즘 사람들은 뭔가 하나로 오래 가는 걸 잘 안 믿어. 신메뉴, 한정판, 재료업그레이드 이런 말에 흔들려.
오히려 이 집 같은 데서 안정을 느껴. 같은 자리에 같은 메뉴. 40년을 그렇게 해온 국밥집.
그건 맛보다도 삶의 자세야.
다음번에 곤지암 가면, 네가 그 국밥 한 숟갈 떠보길 바라.
그리고 나처럼 눈 감고 천천히 삼켜봐. 아마 그 순간, 너도 네 삶의 어떤 뜨거운 기억 하나를 떠올리게 될 거야. 배고프다~.쩝
위치: 경기 광주시 곤지암읍 도척윗로 24
대표 메뉴: 소머리국밥(15,000원), 특(20,000원), 수육(소 55,000원 / 대 65,000원)
포장 가능: 밥은 미포함, 2인분 단위
팁: 점심 웨이팅 많으니, 오전 10시 전 방문 추천
근처 명소: 화담숲 – 국밥 먹고 가면 코스 완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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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자1관 소머리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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