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가 오늘 소개할 곳은 부산 사상구의 한복판에서 24시간 김을 올리고 있는 국밥집,
합천일류돼지국밥이다. 방문한 날도 여전히 웨이팅..
아니 근데… 이름이 왜 이래.
합천일류? 부산에서 합천? 국밥에 일류? 이게 다 조합이 안 맞는 것 같은데…
그런데 말이지, 첫 숟갈 뜨자마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아… 이건 일류 맞다."
여기는 토렴식 국밥으로, 밥이 국물에 미리 말아져 나와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토렴식 국밥이 뭐냐고?
자, 이제 슬슬 국밥 수업 좀 들어가자. 토렴이란 건 말이지, 밥을 그릇에 담고 국물을 몇 번에 나눠 붓고 따라내면서
밥알 사이사이까지 국물의 열기와 맛을 스며들게 만드는 전통 조리법이야.
"그냥 국밥이랑 뭐가 달라요?" 하는 사람들,
토렴은 ‘밥에 국물을 부은 것’이 아니라 ‘밥을 국물로 익힌 것’이야.
그렇기 때문에 국물이 겉도는 게 아니라
밥 속까지 들어가 있어서 첫 숟가락부터 마지막까지 온기가 살아있지.
그릇에 국물 한 국자, 밥 올리고 다시 국물 한 국자, 다시 붓고 또 붓고.
어르신들 말로는 "정성으로 데워내는 밥"이라고.
왜 부산 사람은 국밥에 이렇게 진심일까?
부산은 전쟁을 겪은 도시야. 낯선 피난민들이 몰려들고, 가진 거 없던 사람들도 배는 채워야 했지.
그때 선택된 게 바로 돼지국밥.
소보다 값싼 돼지, 남는 뼈와 내장까지 쓸 수 있는 효율적인 재료. 장터 한켠에서 솥 하나 올리고,
김 오르는 그곳에 사람들이 줄을 섰겠지. 근데 이게 단순히 ‘싸고 든든한 음식’만이 아니었어.
돼지국밥은 말없이 위로하는 음식이었거든. 말 못 할 설움도, 흘러가는 눈물도 그 뜨거운 국물에 말아 삼킬 수 있었던 거야.
그래서일까? 지금도 부산 사람은 아무 말 없이 국밥을 먹는다.
울고 싶을 때, 허기질 때, 힘들 때 국밥집 문을 열고 들어가 뜨거운 국물 한 모금으로 하루를 다시 끌어안는다.
무엇보다도 24시간 영업이라는 게 이 집의 클라스다. 배고픈 밤에도, 새벽에도, 새참처럼 한 그릇 기댈 수 있는 국밥이 있다는 건 살면서 은근 큰 위안이다.
부산 가면 꼭 들러봐. 그리고 혼자라도 한 그릇 시켜. 말 없이 밥 먹는 그 시간이 너한테도 작은 위로가 되어줄지 모르니까.
영업 정보
영업시간: 24시간 연중무휴
주소: 부산광역시 사상구 광장로 34
전화번호: 051-317-2478
주차: 건물 내 2층에 넓은 주차장 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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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일류돼지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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