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혼자 쓰는 게 아니다.
혼자 쓰는 것처럼 보여도. 다들 처음엔 이래. 책을 쓴다니까 뭔가 대단한 창작의 세계로 들어가는 줄 알아. 내 머릿속 생각만으로 200~300쪽을 꽉 채워야 한다고 믿는단 말이지.마치 머리에서 불꽃 튀기며 창작의 신과 교감해야만 나올 수 있는 무언가처럼 말이야.
근데, 먹구가 말해줄게. 책은 쓰는건 그 안에는 수많은 다른 사람의 생각, 통찰, 자료, 말, 연구가 섞여 있어.
진짜 멋진 책이란 건, 내 생각을 중심에 놓고, 거기에 설득력을 더해줄 수 있는 '남의 생각'을 잘 끌어다 쓰는 기술이야.
네 말이 맞다는 걸 '남의 입'으로도 증명하는 거지.. 먹구는 이렇게 생각해.
좋은 글, 좋은 책은 마치 재판 같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이 '피고인'이라면, 그걸 변호해주는 게 '논리'고, 증거자료로 들이미는 게 다른 사람의 말이야.
“내가 보기엔 이렇다”
여기서 멈추면 그냥 일기야. 근데 “나뿐 아니라 이 전문가도 이렇게 말했어”, “이 통계도 나를 뒷받침해줘” 하면서 팩트가 들어가면 그건 ‘논리’가 돼. 독자는 그때부터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해.
예를 들어볼까?
네가 “요즘 사람들은 글을 잘 안 읽어”라고 주장하고 싶어. 그럼 그 옆에 붙여야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6명은 연간 종이책 한 권도 읽지 않는다.”
바로 이거지.
내가 믿는 걸, 독자도 믿게 만드는 방법.
책은 '네 생각'을 세상에 닻내리는 구조물이야 말하자면, 책 쓰기는 네 생각을 세상에 상륙시키는 배를 만드는 작업이야.
그 배에 들어가는 건 네 생각만이 아니야.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 말, 연구 결과, 역사, 뉴스 이런 것도 같이 실어야
그 배는 멀리 가.
이걸 '파편 모으기'라고 해. 살다 보면 이런 거 많잖아.
“어? 이 말 멋지다.” “이 데이터, 내가 말하고 싶은 걸 완전 정리해줬네.”
그런 것들을 모으는 거야. 그렇게 파편들을 주워 모아 내 이야기의 골격을 세우고, 거기에 살을 붙이는 게 바로 ‘책 쓰기’야.
전문가는 그냥 ‘많이 말한 사람’이 아니야. '잘 엮은 사람'이야 진짜 말하고 싶은 건 이거야.
책을 쓰는 순간, 넌 전문가가 돼. 근데 그건 그냥 아는 척한다고 되는 게 아니야. 네 생각을 중심으로,다른 생각들을 잘 불러와서,
그걸 유기적으로 엮을 줄 알 때야말로 진짜 전문가가 되는 거야.
요리로 치면 이래. 남의 재료로 네 손맛을 내는 거지. 재료는 다 남의 거야. 근데 간은 네가 한 거잖아.
그게 ‘저자’야.
먹구도 처음엔 그랬어.
“내 생각으로 꽉 채운 책을 써야지!”
근데 막상 써보면, 내 생각을 내 생각답게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다른 생각들이 필요한지 알게 돼.
책 쓰기란 건,내 말에 무게를 싣는 기술이고, 그 무게는 혼자서 나오지 않아. 수많은 목소리를 거쳐,
비로소 내 말이 단단해지는 거야.
그러니까 기억해.
책은 같이 쓰는 거야. 혼자 쓰는 것처럼 보여도, 그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한 흔적이 담겨 있어.
먹구 오늘도 너희들이
자기만의 말, 자기만의 책을 쓰길 응원해. 그리고 그 속에 다른 사람의 좋은 말도 같이 넣어주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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