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누가 하이쿠를 연구하냐고? 나, 먹구형이지.
사실 말이 좋아 연구지… 그냥 하이쿠에 꽂혀서 밤마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있는 중이야.
왜냐고? 짧은데 세상 강렬하거든. 단 세 줄, 5-7-5. 열일곱 음절. 근데 거기 사람 인생, 자연, 희망, 허무, 유머까지 다 들어간다니까?
예를 들면 이런 거야.
“고요한 연못 / 개구리 뛰어들자 / 첨벙” - 마쓰오 바쇼
뭐야, 개구리 점프한 거잖아?
근데 이걸 보고 있자면, 그 정적이 깨지는 순간, 그 찰나의 움직임, 그 안에 ‘생명’이 있고 ‘시간’이 있고 ‘기억’이 있더라고.
한마디로, 짧은데 존나 멋있다는 거지.
나는 원래 말 많은 스타일인데도, 요즘은 짧고 강한 글에 더 매력을 느껴. 그런 거 있잖아. 길게 써봤자 안 읽히고, 짧게 썼는데 뇌리에 박히는 글. 요즘 세상엔 그런 게 진짜 먹히는 콘텐츠더라고.
예를 들면 SNS에서 “나, 오늘도 살아 있다” 이런 말보다, “모기에 물렸다 / 살아 있네 / 증거지 뭐”이렇게 쓰면 사람들 댓글 단다. “와 시 같다”, “하이쿠인가요?” 응, 맞아. 하이쿠 한 줄이면 인스타 감성도 씹어먹어.
그럼 하이쿠가 도대체 뭔데 이렇게 꽂혔냐고?
하이쿠는 일본에서 유래된 시 형식이야. 에도 시대 때 마쓰오 바쇼, 고바야시 잇사, 요사 부손 같은 거물들이 있었고,
그 중에서도 잇사는 진짜 내 스타일이야. 이 양반은 인생 고달팠는데도,
“올해도 모기에 물렸구나, 아 행복해”
이런 시를 썼다니까?
그 말 듣고 나 완전 뿅 갔지.
슬픔과 피곤함마저 유머로 푸는 그 시선, 그게 예술이고 철학이잖아.
그래서 나는 생각했어.
“이거, 콘텐츠에도 써먹어야겠다.”
쇼츠 영상 자막에 하이쿠 스타일. 제품 광고에 하이쿠 한 줄. 심지어 유튜브 썸네일 문구도 하이쿠 리듬으로.
예를 들면,
“오래된 컵 / 커피는 식었지만 / 기억은 따뜻해” → 빈티지 카페 홍보용 콘텐츠 가능.
“AI가 준 / 첫 그림 선물 / 맘이 찡했다” → 내가 만든 AI 일러스트에 감성 한 방.
이게 바로 콘텐츠의 고오급화 전략이지. 짧지만 여운이 있고, 간단하지만 철학이 있고, 무심한 듯 시크한 그 한 줄이 사람 마음속에 콕 박힌단 말이야.
사람들이 말하잖아. “요즘 사람들 집중력 짧아졌다”고. 그래서 나는 이렇게 반격한다.
“짧게 써. 근데 기억에 남게.”
그게 하이쿠고, 그게 내가 하이쿠에 빠진 이유고, 그게 결국 먹구형 콘텐츠 철학이다.
하이쿠는 옛날 일본 시인의 유물이 아니야. 지금도 통하고, 더 통할 거야. 왜냐고?
짧으면서, 진짜니까. 모기에게 물려도 감탄할 줄 아는 그 여유. 그게 요즘 우리한테 필요한 감성 아니겠냐.
'MucKOO's 글그리기 > # Storytelling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플롯이란 무엇인가 – 이야기의 척추를 찾아서 (0) | 2025.05.05 |
---|---|
하몬 서클: 이야기의 국밥 같은 구조 (2) | 2025.05.04 |
모기에 또 물렸다, 그래도 웃긴 이유 (2) | 2025.05.01 |
스토리 발굴의 4가지 기둥: 사람, 시간, 장소, 갈등 (0) | 2025.04.23 |
글그리는 먹구형 (1) | 2025.04.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