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운이 좋으면 또 모기에 물리겠냐고? 여름만 되면 피를 흘리는 게 아니라 철학까지 뿜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일본의 전설적인 하이쿠 시인, 고바야시 잇사가 그랬다. 우리야 모기 잡으면서 “아우 짜증나” 외치지만, 이 양반은 모기한테 물리고도 “행복하다”고 했다. 웃기지?
그가 쓴 하이쿠 중에 이런 게 있다. 현대어로 풀면 대충 이런 느낌이다.
“올해도 모기에 물렸구나,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뭐? 기쁘다고? 모기에 물려서? 그래, 이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거’라는 거야. 이 시인은 온갖 고난 속에서도, 모기 같은 귀찮은 생명체에조차 애정을 보였다니까. 우리야 요즘 모기 퇴치기 없으면 잠도 못 자는데, 이 사람은 모기를 철학적으로 느꼈어. 약간 요즘식으로 바꾸면 이런 거지.
“어쩌면 난 운이 좋은 사람이다. 올해도 모기에 물릴 만큼 살아 있구나.”
잔잔히 웃기고, 살짝 찡하지 않냐? 이게 잇사 하이쿠의 매력이야.
고바야시 잇사는 1763년에 태어나서, 진짜 힘든 삶을 살았어. 어릴 때 어머니 잃고, 계모 밑에서 자라고, 아내랑 아이들 모두 세상 먼저 떠나고, 몸도 건강한 편 아니었고. 그런데도 그는 모기, 파리, 개구리, 고양이 같은 일상의 작은 존재들을 따뜻하게 시로 남겼다. 그러니까 괜히 ‘생활 밀착형 철학자’라고 불린 게 아니지.
그가 남긴 또 다른 하이쿠 하나 더 알려줄게.
“때리지 마라 / 파리가 손 비비고 / 발 비빈다”
와... 파리가 손 비빈다고 봐주는 시인이라니. 우리 집에 파리 들어오면 무조건 전쟁이잖아. 근데 잇사는 파리도 나름 사정 있다고 봐주는 거야. 인간은 무조건 중심이 아니라, 모든 생명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고 말하는 것 같아.
이게 왜 중요한 줄 알아? 요즘 우리 사는 세상, 너무 빠르잖아. 효율, 정답, 경쟁, 속도. 그 와중에 하이쿠 같은 ‘멈춤’이 꼭 필요해. 모기한테 물리고도 그걸 인생의 조각으로 받아들이는 그 여유. 한 템포 쉬어가자는 거지.
사실, 이 시는 현대에서도 자주 패러디돼. 어떤 사람은 이렇게 바꿨어.
“살아 있어서 다행이다 / 모기도 나를 찾아왔다 / 나 아직 따뜻한가 봐”
이런 식으로 SNS에 올리면 약간 쿨하면서도 힙한 감성 터지거든. 하이쿠 하나로 철학, 위트, 그리고 ‘살아 있음’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거니까.
그리고 여기서 진짜 포인트는 뭐냐면, 잇사가 말하고 싶었던 건 단순히 '긍정적으로 살아라'는 게 아니라 ‘작은 고통도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라’는 태도야. 모기에 물리는 고통은 아주 사소하지만, 그것마저 "살아 있는 증거"라고 보는 마음. 그게 하이쿠 정신이야.
그러니까 다음에 모기에 물렸을 때는 이렇게 말해보자.
“이녀석, 또 왔구나. 나 살아 있네?”
그리고 물파스 바르고, 미소 한 번 지어보는 거지.
그게 바로, 2025년형 하이쿠 스타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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